천재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따금씩, 부정이 불가능할 만큼의 명확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
오랜만의 천재의 등장-아니 재등장이라고 해야하나-를 접하니 새삼 저 말이 되새겨진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새로운 만화 <넘버 파이브>는 이를테면, 천재의 기록갱신이다.
전작 <철콘 근크리트>와 <하나오>, <핑퐁>등에서도 그랬듯이 마츠모토 타이요의 신작은 일관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청춘을 향한 찬미, 유희에 가까운 그림체와 세계관, 한컷 한컷에 담겨진 기괴하리만큼 거대한 역동성 등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이야기들을 놀라운 화풍으로 재생산한다.
작가가 지향하는 주제의식, 즉 반항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 그리고 그를 통한 성장과 구원은 각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함께 놀라우리만치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현된다. 도약과 왜곡의 이미지로 가득한 그림들은 청춘 그 자체에 대한 오마주이며,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거친 컷편집 등 유희적 표현으로 점철되어진 시공간은 SF적 상상력과 맞물려 극적인 역동성을 자아낸다. 이른바 이 만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청춘이며, 청춘의 일대기이다. 작가가 끊임 없이 자신의 작품성을 갱신해내는 것도 이런 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줄거리는 이렇다. 먼 미래, 세상에는 9명의 초인간들로 이루어진 평화대 레인보우 부대가 존재한다. 한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 프로파간다 부대의 성격이 강한 특공대이다. 각각의 멤버들은 1에서부터 9까지 하나씩의 번호를 소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인물이 특화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 파이브 넘버를 지닌 인물이 넘버 원의 성에서 한 여자를 납치해 탈주하고, 파이브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넘버들을 물리치며 도주한다. 그런 와중 세상을 동화적인 이상향으로 만들려는 넘버 원의 반란이 일어나고, 조금 더 긴박하게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종국에 승리하는 쪽은 당연하게도 저항과 자유로 대표되는 청춘이며,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졌던 '한 청춘 개인의 구원'이 이번 만화를 통해 '세상 전체가 맞이할 거대한 구원, 혹은 거대한 청춘'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철콘 근크리트>에서의 쿠로와 <하나오>에서의 시게오가 얻었던 청춘의 구원은 이제 좀 더 광역화되어 온 세계가 무지개빛 평온, 흘러 넘칠듯한 다양성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앞서 말했던'천재의 기록갱신'이란 바로 이러한 확장과 발전을 뜻한다. 감동적이다. 이를 통해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세계는 물론 작가 자신도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막연한 추측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