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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
    소알/일상 2022. 2. 7. 23:49

     

    최근의 나는, 그간 나를 짓누르고 있던 질서에서 벗어나 붕 떠오르는 자유로움을 느끼다가도
    수영장에서 발에 땅이 닿지 않음을 알아챈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허우적대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높다란 장대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걷다가 떨어지는 꿈도 꾸고
    아프기 전의 얼굴을 한 아빠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 꿈에서 퍼뜩 깨면 새벽 두 세 시고
    이후엔 돈 걱정, 건강 걱정, 세금 걱정, 애들 교육 걱정, 애들 키 걱정 등 
    온갖 걱정들이 고목의 뿌리처럼 끝없이 곁가지를 뻗어 나간다.

    난 피곤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아야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므로
    최대한 이어서 자려고 노력은 한다.
    수면의 기본 자세는 사바 아사나로, 오디오북을 들으며 공들여 전신을 이완시킨다.
    그 자세로 책의 내용에 집중하여 머릿속의 영사기를 돌리다 보면 스르륵 잠이 든다.
    그래서 영사기가 무리없이 돌아가는 소설이 좋고,
    과학책이나 인문학책은 잠이 들긴 하는데 그 과정이 소설만큼 부드럽진 않다.

    한동안 엘러리 퀸 시리즈를 들으며 잠을 잤다.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극악무도하지 않고,
    엘러리는 현학적으로 말을 하는 친구라 추리소설임에도 기품이 있다.

    엘러리 퀸 시리즈 스무 권 정도를 다 읽고나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도전했다.
    잠은 정말 잘 오는데, 아무리 들어도 내가 어디까지 정확히 아는지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모르겠다 싶어서 듣기 시작하면 두 세 페이지 이후엔 아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이야기를 잘 따라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모르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스완씨 아버지 장례식 부분을 몇 번씩 맴돌다가 결국 포기...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를 듣기로 어찌 이해하겠는가.

    뭘 들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지난 주 유퀴즈에 박완서 작가의 큰 따님이 나온 걸 보고 
    박완서 님의 소설을 듣기 시작했다. 재미있어서 뜬 눈으로 계속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책이 재미있다 해도 밤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자는 게 제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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