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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눈이 소복이 내렸다.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놀러 나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전날 내어놓은 육수로 떡국을 끓여 한 그릇씩 먹고 옆 동에 있는 친정으로 건너가 세배했다.
세뱃돈을 받은 아이들은 신나게 눈 놀이를 하러 나갔고 어른들끼리는 티타임을 가졌다.
집으로 돌아와 대충 점심을 먹은 뒤 아이들은 다시 놀러 나갔는데
옆 집 친구 내외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길래 나도 같이 나갔다.옆집 애 아빠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펭귄과 오리 아이들이 노는 동안 옆집에서 다시 차를 한 잔 마셨고
이후에는 윗집 꼬마가 내려와 우리집에서 오후 내내 놀다 저녁 8시에 돌아갔다.
그리곤 아들들은 뭔가 상큼한 게 먹고 싶다길래 남편이 우유와 냉동블루베리를 갈아줬다.
당시 난 이 풍경이 너무 가족적이고 화목해보여 찍은건데
이후 벌어질 참사의 증거기록이 돼버렸다....
그 날 우리 애들이 먹은 음식은
아침 떡국, 점심 마들렌, 윗집 소년이 들고 온 초컬릿과 껌, 저녁 떡볶이, 블루베리우유....새벽부터 토쑈가 시작되었다 ㅠㅠ
한참 자고 있는데 둘째가 배가 아프다며 안방 침대로 꾸물꾸물 들어왔다.
비몽사몽간에 아이 배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간의 소리 같지 않은 꾸루룩 소리가 나더니 ㅠㅠㅠ어쨌든 겨우 수습하고 둘째를 재웠더니
그다음엔 큰애가 일어나 배가 아프다고 징징 울어댔다.
남편이 애를 잘 토닥이길래 난 들어가 잤는데, 다음 날 듣기로는 세 시간을 울어댔다고...
둘째는 새벽에 한 번 더 일어나 스스로 화장실에 가 올리고 닦고 도로 잤다고.다음 날 종일 아이들은 굶고 울고 잤다.
그 다음 날도 등교 거부를 하길래 선생님들께 연락드리고 소아과에 갔다.
이후 흰 죽과 흰 밥을 거쳐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