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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테리어
    소알/일상 2022. 2. 8. 23:14

     

    3년 전쯤 옆집 친구가 내게 이런 저런 바자회에 가자고 말을 여러 번 꺼냈는데
    다 거절했었다. 당시 이미 집 안에 물건이 넘쳐나는데다 집도 낡아 
    아무리 예쁜 오브제를 갖다 놓는다 해도 그냥 쓰레기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므로.

    하지만 나라고 왜 깨끗하고 예쁜 집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0년 여름, 난 뜯기고 바래고 낙서된 거실 벽지에 진저리를 치며
    이대론 도저히 못 살겠다, 페인트칠을 해보자고 맘 먹었다.
    시험삼아 발코니를 한 번 칠해보고, 할 만 하다 싶어 거실의 벽과 몰딩을 흰 색으로 눌러버렸다.
    벽 하나를 정해서 가구를 띄운 뒤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세 번에 걸쳐 칠을 하다보니
    페인트칠에 한 달이 걸렸다. 그나마 벽지가 깨끗해지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고
    너무 힘들기도 했으므로 욕망이 잠시 잠잠해졌다. 

    반 년 뒤엔 부모님이 이사 올 집을 내가 여러 업체를 섭외해서 반셀프로 공사를 했다.
    화장실 방수 및 타일과 도기 부착, 마루 철거 후 장판 깔기, 몰딩과 문 페인트, 
    샷시도 하나 바꾸고 보일러 분배기 교체 및 보일러 배관 청소, 조명 교체와 실링팬 부착,
    싱크대 설치, 도배, 비디오폰과 도어락 달기 등등 온갖 걸 다 했다... 
    돈을 아낀 것 같긴 한데 정말 흥정하고 사람 쓰는 것이 어렵긴 하더라. 

     

    이정도면 질릴 법 한데 난 또 이번 겨울엔 우리집을 어디까지 손 볼까 11월부터 고민했다.
    나도 손이 거친데다 남자아기 둘을 키운 집이니 멀쩡한 곳이 드물었고
    12년을 묵다보니 삭아서 못 쓰게 되는 물건들이 자꾸 나왔다.
    짐을 다 빼서 한 달 간 다 고쳐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만큼은 엄두가 안 나서
    꼭 해야 하는 것과 더 이상 못 참겠는 것들만 손대기로 마음먹었다.

    큰 애가 거실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소리도 견디기 괴로웠고 독방을 쓸 나이도 된 것 같아
    두 아이에게 각자 방을 하나씩 주기로 하는 바람에
    티비, 소파, 벙커침대, 그 외 아이들 살림을 다 분리해 옮겼다.
    친정에서 안 쓰는 침대를 가져와 조립했고, 우리가 안 쓰는 책상을 대신 갖다놓았다.
    다 옮기고보니 아이들 방 벽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급하게 페인트칠을 했다.
    난 부엌이 비좁은 게 언제나 불만이었으므로
    부엌 옆 다용도실에 있던 세탁기를 발코니로 옮겨 발코니를 빨래존으로 만들고
    다용도실을 팬트리 겸 창고로 만들어 부엌가전을 그쪽으로 놓았다.
    오븐과 전기밥솥은 자주 쓰기도 하거니와 덩치도 커서
    아일랜드 식탁을 맞춰 수납했더니 부엌이 한결 넓어졌다.
    삭아빠진 욕실수납장을 싹 버리고 욕실 수납을 늘려서,
    거실 한 귀퉁이에 있던 화장대를 욕실 안으로 들여놓았다.
    그리고 이미 대거 탈락했던 줄눈들을 새로 해 넣고,
    욕실에서 계속 누수가 보이던 지점을 찾아 고쳤고, 
    양수기함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마다 지적하던 삭은 계량기 밸브를 교체했다.
    그 외 자잘자잘하게 사고 버리고 정리하고....

    1월 10일부터 저 작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오늘에서야 거의 끝이 났다.
    근 한 달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끝을 본 것에 뿌듯해하며 식탁을 보다가, 팬던트 등을 좀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렌치를 건드리며 길이를 조절하는데 갑자기...

    등 무게를 지탱하던 굵은 철사가 끊어졌다 -_-
    전선은 멀쩡해서 깨지거나 다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렇지.. 이 등도 12년을 넘게 묵었으니 쇠줄도 삭을만하지....
    아아 나의 집수리는 끝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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