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발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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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검은발개/감상 2007. 10. 16. 01:19
영화 '행복' 또한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이 걸어온 길을 비슷하게 이어나갑니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 듯 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의 멜로물인 듯한, 헷갈리는 화법의 이야기 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따져볼까요.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서울 남자가 병 치료를 위해 요양원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폐병 걸린 시골 아가씨와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살림까지 차리지만, 병이 낫고 시골 생활이 지겨워진 남자는 여자를 떠나게 되고, 다시 방탕한 생활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와 대면하게 됩니다. 끝입니다. 매우 통속적인 멜로물의 이야기이죠. 새로운 소재도, 특별히 눈에 띌 만한 이렇다 할 요소도 없는 아주 상투적이고도 간단한 내용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강점은 이러한 상투적인 이야기를 독특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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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검은발개/감상 2007. 10. 13. 12:26
-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 뭐랄까요. 이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목을 메던 한 여성이 세 번의 실연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고 또 그로 인해 결국은 노처녀가 되는 과정'을 명쾌하고도 편협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남자들이 원하는 건 독립적인 여자가 아닌, 오로지 예쁘고 어리고 조건이 좋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한 여자의 오디세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한편 많은 사람들이 동경해 마지 않던 자유롭고 세련된 이미지의 뉴욕이나, 지금 이곳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그다지 칭찬할 만한 점이 없습니다. 너무나도 편협하거든요. 주말에 시간을 내서 뮤지컬을 보러 온 여성 관객분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쌓일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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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검은발개/감상 2007. 10. 10. 00:24
- 영화 [원스] 뮤지컬 영화 '원스'는 결코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시시껄렁한 사랑이야기일 뿐이죠. 파도에 넘실거리듯 흔들리는 조악한 영상과 대충 이어 붙인 듯한 컷들, 미장센이라곤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화면과 화면들이 음악에 실려 둥둥 떠다닙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괜찮은 배경음악을 가지고 있는 비교적 잘 만든 홈비디오라고나 할까요. 말그대로 '싼티나는 영화'이며. 영상 부분에 있어서 큰 가치는 그다지 따질만한 건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말이죠. 왜 그럴까요. 단순히 좋은 음악들 덕분에? 아니면 뭔가 다른 숨은 이유가 있어서? 저도 그게 궁금해 죽겠습니다. 영상에 비해 음악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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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검은발개/감상 2007. 9. 28. 13:10
영화의 기본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매맞는 게 일상다반사인 약골도범, 외모는 야생버섯이나 심성은 비닐 하우스 속 꽃봉오리 같아 수시로 상처받는 소심근영, 이십대 중반이지만 공부건, 구직이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무뇌종만. 이 함량미달 굴욕 3인조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채 출산이 임박한 도범 아내의 보석금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맞선 사기로 날린 근영 어머니의 틀니값을 위해, 그리고 백수로서의 품위유지비(?)를 위해 통 크게 한 탕을 터뜨리기로 마음먹는다. 목표는 국밥재벌 권순분 여사. 여자이니 약골도범보다 힘도 약할 것이고 고령이니 소심근영보다 어리버리할 것이고, 돈은 쌓아놓고 사실테니 무뇌종만도 평생 먹고 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도범은 죽도록 맞고 근영은 눈물마를 날이 없다. 그리고 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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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둠즈데이북검은발개/감상 2007. 9. 20. 00:27
[둠즈데이북] - 코니 윌리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이 모든 일이 시간에 파묻히지 않도록, 그래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 모든 일이 우리 후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 땅, 이 사악한 존재의 손아귀에 놓인 이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앙을 보아온 나는, 이제 죽은 자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기다리며 그동안 내가 목도한 모든 일을 여기 적는다. 기록은 글쓴이와 함께 소멸되지 않아야 하고 노동은 노동을 한 사람과 함께 무위로 돌아가지 않아야 하니, 내 오늘 이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양피지를 남기니,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 아담의 후예 중 그 누구라도 페스트로부터 도망쳐 내가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 갈 수만 있다면....“ - 1349년 존 클라인 수사. 2054년,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