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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은 찡찡
    검은발개/낙서 2008. 2. 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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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김찡찡입니다)

    얼마 전부터 같이 살게 된 고양이 친구, 김찡찡이다. 찡찡이라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전 주인 빵미 후배가 두달간 키우며 불러왔던 이름이라 그냥 쓰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은 내 성인 '김'을 붙이는 것으로 달랬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이 친구가 찡찡이라는 이름에 쉽사리 반응하는 건 아니다. 지 이름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놈이 붙여준 이름따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친구를 찾기 위해선 이름을 불러대는 것보다 사료통을 흔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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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좀 잘생긴 듯 합니다)

    '찾는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찡찡이는 툭하면 어디론가 숨는다. 주로 옷 수납장 구석이나 세탁기 밑, 책장 속 책 사이, 컴퓨터 본체 뒤, 이불 속에 틀어박힌다. 꽁꽁 숨어 있는 녀석을 겨우 찾아내 일으키면 귀찮다는 듯이 실눈을 뜨고 으야옹 투덜거린다. 마치 자길 좀 내버려두라는 듯한 표현인 것 같아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사실 녀석은 내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생각 따윈 아웃 오브 안중인 것 같다. 주인이라기보단 그냥 '움직이는 가구의 일종', 혹은 '좀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쿠션' 정도인 듯 하다. 가끔 억지로 무릎에 앉혀놓으면 또 귀찮다며 옆 쪽 이불에 가서 눕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이불에게 약간의 패배감이 들기도 한다. 아아 내가 좀 더 따뜻하고 포근해야 할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사람품을 좋아하는지, 종종 내게 와서 안긴다. 따뜻한 온기의 고양이가 품에 와서 잠들면 나도 새록 새록 졸립다. 잠깐 방심하기만 하면 아뿔싸 어느새 나도 잠들고 만다. 마성의 고양이이다.
    내 무릎에 자리를 잡고 누울때면 난 좀처럼 꼼짝하지 못한다. 그럼 십중팔구 다리가 저려오는데, 그럴때마다 결국 녀석을 깨워 옮겨야하는게 참 죄스럽다. 혈액순환제라도 사먹어야 할 팔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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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지켜보고 있다)

    이른 아침, 내가 잠에 푹 빠져있을때마다 찡찡이는 열심히 날 깨운다. 앞발로 얼굴을 툭툭 치거나, 맨살이 드러난 배를 마구 핥거나, 얼굴 위에 엉덩이를 올리고 다소곳이 앉기도 한다. 그래도 안 일어나면 의자 위에 올라간 뒤 내 몸을 향해 다이빙을 한다. 겨우 일어나보면 눈 앞에서 위 사진과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밥 안주면 내 코라도 물어뜯을 기세라, 놀라 일어난 나는 서둘러 녀석의 아침을 준비한다. 이건 뭐 주인이라기보다는 거의 식모 수준이다.

    덕분에 난 요즘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하루가 좀 길어졌다. 잠이 약간 모자란 건 슬프지만, 어쩐지 사람답게 살게 된 것 같아 기쁘기까지 하다. 이 지면을 빌어 찡찡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님 좀 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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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허 이사람 그만 찍으래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있으면 지난 밤 저녁을 일찍 먹이면 된다. 보통은 8시에서 9시 사이에 날 깨우는데, 저녁을 좀 적게 줘봤더니 7시에 깨운다. 앞으론 이 녀석을 자명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가 사용한 자명종 중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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