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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그 처절한 월요일을 보낸 뒤
며느리를 불쌍히 여기신 시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밥도 차려주시고 애도 봐주시며 5일정도 계시다가 어제 내려가셨다.
이렇게 따져보니 나는 몸조리를 10주를넘게 한 셈인데
열흘을 병원+조리원
2주를 시어머니
6주를 산후도우미
다시 1주를 시어머니
마지막 몸조리니까 넘치게 잘 한 것 같다.
그러나 그 후폭풍이 쩝
시어머니와 산후도우미에게서 맘껏 사랑을 받은
작은 놈은 안겨 계시려고만 한다.
난 작은 놈을 계속 잠깐씩 봐서 그런지 좀 낯설 때도 있고..;;
산후도우미 없이 며칠을 지내면서 다짐한 것은
작은 놈에게 규칙적인 일과따윈..... 없다.... -_-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한때는 애들을 좀 일찍 재워보고자 노력해보고
작은 놈을 눕혀재우려고도 노력해보고
자꾸 낮잠자기를 거부하는 큰 놈을 꼭 재우려고 노력했지만
그 모든 노력들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고 오늘로서 난 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늘은 애 둘 다 밤 8시 반부터 주무시는 중.
난 황송한 마음으로 혼자 놀고 있다.
그냥 순간순간이 임기응변이다.
큰 녀석 재워야 할 때 작은 녀석은 조용해야 하니까 수유를 하거나 안고 있는다.
작은 놈 재울 땐 눕힌 채 토닥거려 재우기도 하지만
남편은 공갈젖꼭지를 물리거나 안아 재우고
나도 귀찮으면 대충 수유해서 재워버리고
큰 놈 씻겨야 하는데 작은 놈이 안 자고 있으면 그냥 주구장창 울리기도 하고...
그냥 되는대로 -_-
큰 녀석은 거의 방치상태인데
어쨌든 혼자 잘 논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논다.
심심하지 않아? 어린이집 안 갈래? 물어보면
안 심심하다고 집이 좋다고 도리질을 친다.
원래는 큰 녀석 재우면서 노래도 부르고 스킨쉽도 하고 간지럽히면서 놀아주는데
작은 놈과 같이 재우고 난 뒤로는 작은 녀석을 안고 있느라
큰 놈은 혼자 뒹굴거리다 잠이 든다.
그게 되게 안쓰러워 보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 이젠 엄마 없이 혼자서도 잘 수 있을텐데 왜 난 여태 얘를 재우고 있는거지?
라는 깨달음을 얻고 세 돌이 지난 뒤로 혼자 재우기로 마음 먹었다.
어쨌든, 24시간을 매우 밀도있게 쓰는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좀 지겹기는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네.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