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과 양육을 반복한 지난 3년간
옷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아예 없다시피 했다.
좋은 옷을 사봤자 입을 일이 없고
살이 쪘으니 태도 안 나고.
(그전에도 태가 나는 몸은 아니었지만도)
지난주는 남편의 근무가 많았어서
주말만 기다리며 버텼는데
토요일 새벽에 애가 열이 나기 시작했고
호전되기 시작한 화요일 아침의 나는 그야말로 피폐의 정점.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외식권 육아용품 디보빌리지 입장권 정도만 확인하는데
화요일 아침 디보빌리지 입장권을 결제하면서
홀린듯 여성복 쪽으로 흘러들어가
맘에 든다싶은 원피스 두 벌을 충동구매 해버렸다.
애는 멀쩡해보였지만 도의상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는데
그 이틀간 정말 어휴...
어휴우우....
애는 하루종일 나한테 징징거리고
나는 세상에 대한 갖은 분노로 몸서리쳤다.
왜 더운거야
왜 빨래가 많은거야
왜 빨래는 안 마르는거야
왜 집은 더러운거야
왜 설거지꺼리는 끝이 없는거야
왜 욕실에 물때가 생기는거야
왜 다용도실마저 물때가 생기는거야
왜 애는 밥을 안 (쳐)먹는거야
왜 애 영양제는 물에 안 녹는거야
왜 집앞 공사현장은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결제한 옷이 어제 왔는데, 근데 꽤 괜찮네!!
(두 벌에 2만원이었음....)
친정언니 앞에서 첫번째 롱원피스를 입었더니
"홈웨어냐?"
"비치웨어거든!"
두번째 미니원피스를 입었더니
"몸은 애엄만데 마음은 청춘이구나..."
"-_-+"
"대학교 신입생같은 애들이 저런 거 입고 다니더라..."
"-_-++++++"
뭐 이런 반응을 얻긴 했으나 여튼.
그리고 오늘 아침,
피곤해 죽겠다는 남편을 끌고 미용실에 가서
애 머리를 깎고 그 옆에서 내 머리도 잘랐다.
남편은 삼순이 같다고 분노했으나 난 이상하게 별 불만이 없다는..
그냥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한....;;
오며가며 땀 한 방울 안 난 오전이지만
겨우 좋아진 기분을 망칠 수는 없기에 오후엔 에어컨도 개시했다.
난 유아동반에 임신부,
따불 노약자니까.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