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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아들들이 공부할 때 쓰는 구몬 갤럭시탭이 고장나서 남원의 AS센터에 맡기러 가야했다.
골프수업이 끝나자마자 남원으로 달려가 삼성 AS센터에 들린 뒤 바로 경방루에 갔다.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주차 자리도 딱 한 자리 남아있었고 식사도 거의 기다리지 않았다.남원에 다섯 번쯤 간 것 같은데 세 번은 경방루에서 식사를 하고 두 번은 추어탕을 먹었다. 경방루 탕수육 맛있어...
날씨가 좋으니 광한루원을 들러보기로. 나도 아이들도 처음이었다.
느긋하게 한 바퀴 둘러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잉어와 원앙 등의 동물 구경만으로도 좋아했고, 나도 이런 한국식 정원 너무 좋다...
엄마는 기분이 좋으니까 VR 한 번 시켜준다.
가마꾼이 춘향을 가마에 태운 채 탈옥을 하여 광한루원 이곳 저곳을 도망다니다가 변사또에게 체포되려는 찰나, 이몽룡이 나타나 구해주는 내용의 VR이다. 컨셉이 확실해서 좋다. 아들들은 코로나 방지용 특수제작 거즈;를 쓰고 VR을 착용했다.
저 건물이 광한루였던 듯... 한 바퀴 돌고나니 큰아들의 구몬 수학 시험 시간이었다. 일년에 한 번 보는, 구몬 회원들에겐 제법 중요한? 시험이다. 남원시립도서관에 들어가 노트북을 연결하여 한 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게 했다. 남원시립도서관도 설비가 꽤 훌륭하다.
해는 길고 시간은 있으니 아들들을 데리고 춘향테마파크 안에 있는 남원 항공 우주 천문대에 갔다. 태양의 흑점을 보았다. 아주아주 작은 점이 두 개 보였다. 관람객들이 흑점의 크기에 실망하는 것처럼 보이자 직원분은 안 보이는 날도 많다며 위로해주었다.
춘향테마파크 안에서도 할 게 많아 보이긴 했으나 다 좀 비쌀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비용이 들지 않는 미술관에 왔다. 이곳은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남원 출신의 서울대 미대 교수인 김병종 화백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건물도 아름답고, 그림도 큼직하니 볼 만 해서 아들들도 제법 즐겁게 본 것 같다.
차남이 엄마 사진 찍어줌 나와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사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남원시내에서 봉구스 밥버거를 사서 집에서 먹기로 결론을 내렸다. 각자 취향에 맞는 밥버거를 사서 30분쯤 달려 돌아가서 우적우적 먹었다. 아들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느긋하면서도 이곳 저곳 많이 데리고 다닌 듯 하여 좀 보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