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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하고 같은 방에서 자는 게 거의 3년만이다. 아침에 일어나 두 아이가 포근포근한 이불에 쌓여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두 아이 사이로 파고들어 양쪽으로 왔다갔다 하며 얼굴을 부비고 볼에 뽀뽀를 하고 꼬옥 안아주면서 잠을 깨운다. 아이들은 아직도 따뜻하고 보드랍고 말캉하다. 아이들도 잠결에 받는 엄마의 손길이 기분 좋은 듯 미소를 머금는다. 굴 속에서 잠든 아기곰을 바라보는 엄마곰의 마음도 이렇겠지, 둥지 속에서 잠든 아기새를 바라보는 어미새의 마음도 이렇겠지. 이 때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 행복도 부럽지 않다.
큰 아이의 볼을 부비며 이 아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얼른 걷기를, 얼른 기저귀 떼기를 바랐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데 그 때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바라지 않아도 이 순간은 이렇게나 빨리 오는데 말이다. 이제 아이는 쑥쑥 자라서 나도 가끔 헷갈리는 수학 문제를 척척 풀고 내가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아 엔더맨을 물리치고 크리퍼를 가둔다. 난 굉장히 쿨한 엄마라고 자부해왔는데 아이들 옛날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지으며 이렇게 질척거릴 줄이야. 두 아이가 자라지 않고 계속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뭘 해 줘도 잘 먹고 자기 몸 건사도 잘 하고 엄마 말도 잘 들어준다. 지금의 너희와 함께라면 영원히 밥을 차려주며 잔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질 준비가 착착 돼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남편이 왔을 때 오랜만에 함께 외출을 했는데 외출 두 시간만에 아이들은 안달복달이었다. 큰 애는 얼른 집에 가서 게임하고 싶다고 했고, 둘째는 얼른 집에 가서 친구들과 놀아야 한다고 했다. 가족이 함께 산길을 걷고 여행을 하고 싶은 건 부모의 욕심일 뿐, 이미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에 내려올 땐 그냥 애들은 집에 두고 우리끼리 나오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아... 저 아이들이 내 손을 조금씩 떠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한다는 게 벌써 속상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이뻐해줘야지. 앞으로 남은 순간에서 지금이 가장 어릴 때니까. 한편으론 이제 내 살 길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거냐는 말에, 두 녀석 다 아빤 돈 버니까 아빠부터 구하겠단다. 저희들과 24시간 함께 하는 건 난데 이 놈들 봐라... 정신이 번쩍 드는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