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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를 숱이 많지 않은 머리였는데, 둘째를 낳고부터 훅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출산 직후니까 두고보자 싶었지만, 이후로도 늘어나기는 커녕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경악스러웠다. 도대체 어느 진료과를 가야 하며 어느 병원을 가야하나 검색해봐도 광고성 글들만 잔뜩 떠서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았다. 탈모인들의 성지라는 종로의 어느 병원에 전화해봤는데, 그곳은 여성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 삐죽거리기도 했다.
집안에 환자가 있다보니 명의라던가 생로병사의 비밀같은 프로그램을 예전보다 훨씬 관심있게 보는데, 그날따라 마치 운명처럼 주제가 탈모였다. 그런데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님이 출연하시는 게 아닌가. 아, 대학병원에서도 탈모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구나를 알게 되어 검색을 했고, 집에서 가장 가기 좋은 대학병원의 탈모 전공 교수 진료를 예약했다. 초진이라 거의 4개월을 기다리며 동네 피부과에서 진료의뢰서도 떼어 준비했다.
그리하여 약을 먹기 시작한지 어느덧 9개월이 되어간다. 모발이 확 많아졌다거나 확 굵어진 것을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초진때 찍은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숱이 늘어났다. 비어있던 부분도 많이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약은 호르몬제에 더해서 비타민 D, 식물성 오메가3 등을 처방받아 먹고 발모제도 바르며, 이 약들은 몽땅 비급여이다.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가는데 진료비와 약값을 합쳐서 대략 30만원 정도 든다.
난 여에스더 의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녀가 방송에서 한 말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 50대가 되면 여자는 다른 것보다도 피부와 머리숱이 중요하다고.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이다. 나중에 일이 커져서 이식하게 되면 비용도 고생도 더 커지니까 걱정이 된다 싶은 분들은 미리미리 병원에 가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