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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눈
    소알/일상 2007. 11. 19. 22:37

    첫눈 오는 날은 연인끼리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춘기적 믿음에,
    그리고 오랜만에 첫눈을 나도 봤다는 기쁨에(거의 첫눈은, 내가 자는 동안 왔다)
    대학로엔 비밖에 내리지 않는다는 검은발개군을  동네로 불러들였다.

    우산 하나 받쳐들고 둘이서 꼬옥 사박사박 걸으며(사실은 철벅철벅이었지만)
    동네 스타벅스에 가서, 토피 넛 라떼를 시켰다.

    운동화에 얼음이 들어가 양말이 젖고 옷도 젖었지만
    그래도 정말 겨울이 왔고 곧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란 걸 체감했달까.
    그리고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도.

    오빠는 버스를 타러가고,
    난 우리가 왔던 길 그대로 돌아걷고 있었는데
    아까 우리가 걸어왔던 두 개의 발자국이, 녹아내리는 눈 사이에 남아있었다.

    타박타박 둘이서 함께 걷는 길. 그 발자국.
    이런 것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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