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수업은 나름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탓에
뭐 대단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가 떨리고, 숨이 가빠 헐떡거리고, 입에 침이 고이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거기서 나만 그러고 있어서 -_-; 더 난감하다.
면접상황은 괜찮다. 거기서는 모두가 떨고 있으니까.
그곳에선 '나만 떠는 게 아니다.'라고 되뇌이며 수용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강단에 서는 것도 괜찮다.
내가 떠는 것을 알아채기엔 대상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나름 강단에서 이야기하는 것엔 훈련을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업은,
방안에 스무명 내외의 사람이 둘러앉아 편하게 이야기들을 한다.
학생이므로 모르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신입생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라며 이해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전혀 내가 떠는지 모를 수도 있다.
어떻게 이것을 고쳐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고,
심호흡 하며 앞으로 할 말을 생각한 뒤 천천히 말하면 한결 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거기서 유일하게 긴장하고 허둥대며 덜덜 떠는 사람이다.
심지어 찾아보다보니 틀린 사실을 얘기한 것도 몇 개 있다.
아아. 우울해진다. 바보오.
하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귀착할 수 밖에 없다.
누가 처음부터 잘하나. 나중에 점차 나아지면 그것도 괜찮지않나 등등의 말들로.
가끔 블로그의 다이어리란 것은 내게 있어 이런 역할을 하는 場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치부를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객관화시키고 사실을 담대하게 수용하게 하는.
나는 이렇게 나를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치료효과가 있을지 의심이 먼저 드는군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