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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각
    소알/일상 2014. 5. 13. 01:08

     

     

    2007년 여름, 영화 '화려한 휴가'의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왜 시사회까지 찾아가놓고 그런 소릴 했을까 후회가 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그무렵 5.18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를 좀 많이 봤던 것 같다는) 

    영화 시작을 기다리며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5.18 얘기를 그만 했으면 좋겠어' 라고 했다.

    친구는 황당하다는 듯 '왜?' 라고 물었고

    '음.. 그냥. 너무 오래전 얘기잖아' 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나직이 '그래도 끝난 게 아니야'라고 내뱉었고, 영화는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죽은 자들은 모두 웃고 떠들고 있지만

    혼자 살아남은 그녀만이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관객을 응시한다.

    그가 바라보는 대상이 

    정확히 이 일을 잊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덮어버리려는 나임을,

    친구의 말처럼 끝난 게 아님을 깨닫고

    몸서리치게 부끄럽고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MB의 4대강 사업이 너무너무 싫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봤지만

    결국 난 눈을 멀쩡히 뜨고 막대한 돈을 들여서 강바닥 파헤치는 걸 봐야만 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뭘 해보고 싶어도 이렇게 무력할 수가 없어서

    그냥 5년간 눈 감고 귀 닫고 모른 척 해버렸다.

    그리고 또 다시 사흘간의 경기를 위해 500년된 숲을 밀어버리는 장면을 목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로는

    더 이상은 가만히 있고 싶어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당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5.18은 할 수 있는 게 잊지 않는 것 뿐이지만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는 것들은 뭐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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