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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여친 中
'두 얼굴의 여친' 시사회를 보고 왔는데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두서없이 산만해서
남는 거라곤 려원의 기럭지 뿐이었다.
(그렇다고 려원이 노출이 있는 건 아니다. 완전 칭칭 감고 나온다. 오해 없으시길)
2001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왔을 땐 땅딸막하고 못생기기 그지없던 앞집 꼬맹이가
지금은 쭉쭉뻗은 팔다리와 머리 하나 더 큰 키로 나를 굽어본다.
이미 종족이 다른 그녀들이 슬슬 캠퍼스로 진출하고 있는 이 무렵
늙고 작달마한 체형에 초라해진 나는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며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위안하기도 이젠 속이 쓰리다.
다이어트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행복의 대척점에 있다.
자기비하, 사회에 대한 분노, 그럼에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스스로의 무력함,
성공했을 때를 상상하면 한쪽 입꼬리가 지그시 올라가는 그 얄팍한 우월감 등.
비장하면 비장할수록,
혹은 '다이어트가 아닌 자신에 대한 투자' 등으로 포장을 해봐도
이 안에 몸을 배배꼬며 숨은 나는 한숨을 토해낸다.
내가 원하는 건 큰 키도 아니오 늘씬한 S라인도 아니다.
단지 난, 낮은 굽에 긴 치마를 보헤미안처럼 둘둘 둘러도 맵시가 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가벼운 몸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싶다.
(살이 2kg만 빠져도 몸이 훨씬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이젠 가벼운 몸이 되기도 전에 생길 부작용 - 어지럼증, 근육통 등 -이 먼저 걱정될 판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더 늙으면 더 힘들고 더 안 빠진다던데.
고로 방년 스물여섯 대학원생이 연예인에게 자극받아 또 다이어트를 결심한다는...
려원은 나보다 언니라서 그나마 덜 부끄럽다는 거;;
끝나지 않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몸부림.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