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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둘째를 가졌나 착각을 며칠 했었다.
초반엔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 가지면 터울도 적당한 것 같았고
20개월 들어서부터 아들내미도 나를 상당히 편하게 해주고
고로 뭐 어쩔 수 없지... 라고;;
근데 착각의 마지막 날.
하루종일 이상하게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서 -_-
이런 몸상태로 9개월동안 아들내미를 케어해야 한다는 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자 비로소 끔찍해졌고
아랫배에 힘이 안 들어가도록 주의하면서
아이를 안고 씻기고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으면서
오마이갓을 외쳤더니
그 다음날 오마이갓께서 나의 외침을 들어주셨는지 ㅋㅋㅋ
난 아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다행히 내 아인 예쁘지만)
성장과정에서 동기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으며
세계적으로 인구는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하나 가진 엄마들이 대체로 후회한다고 하고
형제가 있는 다른 집에서 박탈감을 느끼게 될 아들내미가 좀 딱하기도 하고
자라서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둘째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오로지 둘째아이를 원해서가 아닌, 부모나 큰 아이를 위해서..라는 게 매우 걸린다.
내가 둘째다 보니 둘째의 설움을 좀 아는데;
자라나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_- 문제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지금 아들내미에게 하는 것처럼 해주지 못 할 게 가장 미안하다.
그래서 여전히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
한동안 갖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안 갖는다 쪽으로 기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