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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이 집에 들어오면서
적어도 5~10년은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해 여름엔 아랫집이 공사를 여름내내 해댔고
작년 여름엔 아랫집이 우리집 턱밑에 달아놓은 에어컨 실외기 소음에 시달리면서
가능한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 싶었다.
기나긴 장마에도 지치고,
많은 산모가 힘들어한다는 출산 후 6개월째가 딱 그맘때이기도 했다.
나름 동네친구(정확히는 동네언니)도 생겼고
아들내미를 카시트에 앉힌 채 평화롭게 친정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며칠 전에 아랫집이 실외기를 뗀 덕분에
내집사랑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중.
내가 열 살때부터 가장 사랑해온 길(소월길)이 가깝고
서울에서 여름에 가장 시원한 곳 중 하나고
봄엔 아카시아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여름엔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깰 수 있고
늦여름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고
집앞에서 버스 한 번 타면 남산을 올라갈 수 있는 곳.
비록 비탈길을 오르느라 종아리에 알이 배겨도
근처에 놀이터가 없어도
애 데리고 살면서 자연을 보여주기에 서울에 이만한 곳이 없다.
고로. 이제 집을 예쁘게 꾸며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