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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에 들어선 뒤로는 날이 너무 더워서 관광과 산행을 모두 중단한 채 주말마다 물놀이만 하고 있다. 산자락이니 덜 덥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산속이나 덜 더운거지, 산이 뒤에 있는 것만으로는 그닥... 심지어 이곳의 지형은 분지라고 한다.
살림을 안 해 보신 것이 분명한 사장님이 지은 펜션은 창문과 화장실, 부엌의 위치가 매우 기상천외해서 통풍이 거의 되지 않는다. 집은 동굴처럼 길쭉한 형태인데 제일 깊은 곳에 화장실, 그 앞에 부엌이 있다. 화장실과 부엌엔 창문이 아예 없어서 볕이든 바람이든 들어올 재간이 없다. 거실을 지나 현관까지 가야 현관 양쪽으로 창문이 있다.
여튼 집의 위치와 구조의 문제가 겹쳐 난 앞으로 두 달을 어떻게 보내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늦은 오후인 3시부터 6시까지도 에어컨을 잠시 돌리고, 밤에도 에어컨을 두 시간 가량 돌린다. 그때마다 둘째는 "지구온난화! 엄마는 우리들의 미래가 걱정되지도 않아!"라고 외치고 난 "미안미안~ 그래도 잠은 자야하잖아. 금방 끌게" 라며 달랜다. 하지만 에어컨을 틀면 큰 애의 코가 킁킁거리고 내 머리는 멍해진다. 새벽에 창문을 열어도 후텁지근하게 덥다. 최소한으로 에어컨을 틀고 싶긴 하지만, 이래가지고선 장마가 끝나면 24시간 에어컨을 돌려야 하는건가 걱정스럽다.
앞으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은 뒤 노트북을 챙겨서 도서관에 올 생각이다. 넓은 곳에서 에어컨을 쐬면 그나마 머리가 덜 아픈 것 같다. 장마와 복더위, 별 수 없으니 어찌어찌 버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