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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여행객들이 절대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은 쌍산재와 목월빵집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쌍산재는 윤스테이 촬영지로 유명하고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 하다. 우린 현지화 되어 있으니 뭐 그런 관광지를 가~ 하고 있다가 그곳에서 알바하고 있는 친구의 초대로 들르게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간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느라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 젊은이;들을 보며 아 내가 늙긴 했나보다 싶었다. 모델로서의 내가 그들만큼 자연스럽지도 않고, 사진을 뭐하러 저렇게까지 많이 찍나란 생각도 들었다. 쌍산재 역시 인스타에 최적화된 곳이라 아예 삼각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나도 일행들과 함께 찍고 찍히긴 했지만, 순간순간 이렇게까지 열심히 찍을만한 일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은연중에 사진은 특별한 날, 특별한 순간에 찍는다는 옛스러운 생각이 내게도 있는 모양이다.
철들 무렵부터 난 사진 찍히는 일이 영 즐겁지 않았다. 특히나 아이들이 한창 어렸던 당시엔 차림새가 후줄근하기도 했고 출산 후 불은 내 사진을 보는 게 싫었다. 하루하루가 다른 귀여운 아이들 찍기도 바쁜데 허름한 내 모습을 뭐하러 찍어 남기겠나. 그 살들이 영원히 내 몸에 붙어 있을 것임을 깨달은 지금에서야, 그때도 젊고 예뻤는데 '에이 뭐하러 찍어~' 했던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별한 날에라도 제대로 찍을걸.
여기 와선 일행도 많고 안 가봤던 곳들을 다니느라 열심히 다른 사람 사진도 찍어주고 나도 사진을 많이 찍히게 된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내 사진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그건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라 여기 와선 애들 사진보다 내 사진이 더 많아, 나를 찍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적도 처음이야, 라며 다들 웃는다. 내 사진을 볼 때마다 살 빼자는 생각은 계속 들지만 아마도 난 계속 못 빼겠지. 그럼 뭐 어때, 남은 날 줄 오늘이 가장 이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