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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주중 오후에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한 번 새벽에 달려보기로 했다. 난 아침 7시 반부터는 아이들 학교 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뛰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니까 6시에 만나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정말 어두컴컴했다. 내가 약속을 깨는 건 왠지 자존심 상해서 부스럭 부스럭 준비를 하고 나갔다. 서로 우린 대단해~ 칭찬해~ 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동 트는 걸 밖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빨리 가서 아침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속도가 나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돌아와보니 우리 집은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후딱 씻고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인 뒤 첫째만 학교에 태워다 줬다. 둘째는 1교시를 학부모 참관수업을 줌으로 하고, 2교시에 학교에 오라나...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선생님들이 제일 하기 싫겠지.. 반쯤은 졸면서 둘째 옆에 앉아 줌수업을 구경했다. 다행히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건 남편이 출근길에 했다.
남편이 나가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겨우 달리기에 적응했는데, 이젠 새벽 달리기에 적응해야 할 차례라니. 그래도 보는 사람들마다 살이 빠진 것 같다, 피부가 좋아졌다, 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몸무게는 그대로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