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여하고 있는 분과모임에서 비평문을 쓴 뒤 발표를 했다.
나름 글을 아주 못 쓰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결과는 참담할 정도였다.
이쪽 분야의 비평은 처음이었다는 등의 변명을 해보아도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울 수 밖에 없는 건 '아는 척 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아직 이쪽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용어는 분야마다 특유의 의미와 효용이 있는 것이라 잘 알고 잘 써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도 못하고, 내가 워낙에 글은 '쉽고 재밌게 쓰자'주의라서
이번 일은 특히 어려웠다.
어쨌든 전문분야에서의 비평글이니 철학적 개념을 넣긴 넣어야된다고 생각하면서 무리수를 두다보니
무식은 탄로나고 글의 결말은 엉성해지고. 아아.
졸전 이후 최대의 망신살이라며 자학중이다.
(이럴 때마다 이런 나를 버리지 않고 계속 사귀어주는 남자친구에게도 새삼 참 고마워진다..ㅜ_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긍정적인 자세(전화위복)로 바꿔보려 몇 번씩 다짐해 보지만..
더 나아지면 되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등등 좋은 말은 참 많고
나의 실수는 나만 크게 기억하지 남들은 차차 다 잊어버린다는 것도 알지만.
(그리고 사람들은 잘 잊지 않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_-)
계속 생각이 드는 건 '도대체 왜 실패하기 전에 미리미리 잘할 수 없느냐'이다.
다들 영특해서인지 아님 미친듯이 공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 오니까 모두 다 처음부터 잘 하는 애들 같은데.
나 혼자 자꾸 실패하는 것 같아서 기가 죽고, 몸 사리다보니 더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난 머리가 나쁜가보다.
부끄러워서 얼굴들을 또 어떻게 보나. 에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