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대학원 수업만 무려 4개를 듣고 있다.
랑시에르, 라깡, 단토, 그리고 현대영미미학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개괄적인 수업.
원서를 읽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 터라 사실 수업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일단 한 학기동안 열심히 해보자고 맘먹은 뒤 빡세게 진행하고 있다.
예전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샌 왜 이렇게 낯을 가리는지.
주위에서 보이는 스스럼 없는 성격들을 살짝 부러워 하다가도
'뭐. 내가 저럴 필요는 없지' 하며 스스로를 긍정한다.
이 긍정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점점 사회와는 멀어져만 가는구나. 흣.
말을 아끼는 건 뭔가 자신없는 느낌 때문이기도 한데.
학업에 있어서도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많고
친구들을 만남에 있어서도 '사회생활의 결여'라는 면에서 주춤하게 되고.
무엇보다, 예전엔 당연한듯 갖고 있었던 내 안의 뭔가가 자꾸 휘발되는 느낌이 든다.
서서히 빠져나가는데 별다른 느낌도 없어서 아주 가끔씩만 퍼뜩 느껴지는
막아야지 막아야지 하면서도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그조차 까먹는, 그런 느낌.
그래서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싸이 일촌 순회를 했는데
한때는 그렇게나 가까웠던 그들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묵묵히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조금 슬퍼졌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 굳이 시간을 내어 보는데
좋은 모습보다는 '결여'로 충만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들 역시 (남이 보기에 '그만하면 괜찮은' 생활을 하건 말건)
나와 비슷한 '결여'들이 보여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는데.
과연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하게 될까.
오래된 친구들은 피상적인 얘기만 하더라도 만나는 그 자체가 좋긴 하더만.
다들 바쁘고 자신의 것(가치?)을 깨달아가고
동시에 외롭고 불안하고 텅 빈듯한 그런 시기이니까...
오히려 그래서 더 서로를 대하기가 어렵기도 한 것 같고.
뭐. 그런 것 같다.
라깡에 의하면, 자신의 결여를 외부로부터 메우려면
결국 그 외부의 것도 결여를 갖고 있어서 그냥 뱅뱅 돌기만 한다던데.
그냥 자신의 결여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던데.
음. 이렇게 대충 일반화 해놓고보면 뻔한 말이었구만.
여튼. 이건 그냥 웅얼웅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요새 내 입안을 뱅뱅 도는 나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