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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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의 2차 습격소알/구례 2022. 8. 24. 10:25
7월 이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은 것 같다. 아침에 비명이 들려오면, 아 오늘은 저 집이 지네와 동침을 했구나 한다. 그래도 다들 운이 좋으신건지 지네한테 물린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둘 뿐이다. 여덟 집 중 세 집만이 모기장(아니.. 지네장)을 치고 잔다. 나도 매일 모기장을 걷고 펴는 게 귀찮지만 워낙 다양하고도 많은 벌레가 집안을 들락거리니 맘편히 자고 싶어서 그 수고를 계속 해왔다. 하지만 결국 또 물리고야 말았다. 큰 아들의 생명존중 사상은 극단에 닿아 있어서 며칠 전 아들에게 '너 출가해서 승려가 될래?' 라고 비아냥거렸다. 녀석의 신념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언뜻 보면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지네는 해충이니 보는 즉시 죽여야한다고 말을 해도 지네의 터전에 와 있는 우리 인간이 잘못이라고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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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네소알/구례 2022. 4. 26. 13:56
지난 목요일, 사성암 등산을 하고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먹은 뒤 아이들을 재우고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허벅지 한 쪽이 따끔하면서 찌르르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순간적으로도 이건 개미 따위가 아니다 싶어 벌떡 일어나 상처를 살펴 봤더니 두 개의 이빨 자국이 있었다. 며칠 전에 화장실에서 족히 15센티는 넘는 지네를 봤었다. 몸은 검고 다리와 얼굴은 빨간 게, 전래동화에서 두꺼비와 싸우던 녀석과 똑같았다. 이부자리를 뒤지자 지네 한 마리가 쪼르르 도망가는 게 보였다. 애는 빠르고 주변은 어둡고 잡을 무기도 마땅치 않았고 상처가 걱정되는 바람에 놓쳐버렸다. 일단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검색을 한 뒤, 상처부위를 비누로 벅벅 문대 씻으며 상처를 짜보았다. 하지만 딱히 뭐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