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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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들검은발개/낙서 2009. 8. 26. 01:26
밤바람이 선선해졌다. 티셔츠를 안입고 자면 부르르 떨며 깨곤 한다. 계절이 바뀔 때면 항상 감기에 든다. 이번만큼은 고이 넘어가리라 재차 다짐한다. 깨문 입술이 일그러진다. 우리 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라는 나로호는 힘차게 쏘아올려졌지만 위성을 제자리에 갖다두는 것은 실패했다. 좀 저질같지만 어쩐지 자위행위하는 어린 남자애가 떠올랐다. 발기는 단단하게, 이내 허공에 흩뿌려지는 그 정수들. 왠지 초라하고 쓸쓸한 기분이다. 성공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덕분에 회사 일은 두배로 늘었었다. 어스시의 마법사가 완결이 났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일관된 세계관과 풍부한 상상력, 또 그에 못지않는 세심함과 마법 같은 문체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