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선물이오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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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소알/투병 2021. 11. 22. 12:56
아빠의 걷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더니 8월 말이 되자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게 되었다. 걷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는 건 이전과 완전히 결이 다른 간병이었다. 그 지경이었으니 가뭄에 콩나듯 보는 주치의 진료 때 호스피스 소견서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호스피스 말을 꺼내기도 전에, 환자 상태를 본 주치의는 당일 예정이던 항암을 취소하고 호스피스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명치료중단 의향서까지 작성한 뒤 집에 돌아왔다. 추석을 앞뒀던 그 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컴퓨터를 켜서 사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자식 사진은 몇 천 장씩 있는데 아비 사진은 거의 없다시피해서 새삼 불효를 통감했다. 항암 시작 직전에 영정이라고 언니가 찍어놨던 건 이미 표정이 안 좋았다. 원래가 카메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