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자식
    소알/일상 2014. 4. 25. 02:05

     

     

     

     

    나 스스로가 아기를 낳기 전까지 아기라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첫 아이를 낳고 나서도 그리고 지금도 문득문득 신기하다.

    사람이라는데, 내가 알던 사람이랑은 전혀 다른 존재.

     

    가장 신기했던 건 얼굴 길이보다도 짧은 팔 길이였지만.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

    시뻘건 얼굴은 넙데데하고 머리는 숭숭 빠져있으니 참 못생겼다 싶은데

    이상하게 사랑스럽다.

     

    가만히 숨내음을 맡아보면 그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안고있다보면 그 따뜻함과 말랑말랑함에 마음이 포근해지고

    나를 향한 아이의 웃음에, 옆통수에 주름이 갈 정도로 웃어진다.

    물 묻힐 필요없이 사방에 흘리고다니는 침으로 바닥을 닦더라도 더럽기는 커녕.

     

    큰 아이의 입냄새는 이제 동생만큼 향기롭지는 않지만

    기분 좋을 때 절로 나오는 엉덩이의 실룩거림이라든가

    뭔가를 만들어놓고 보여주고싶어서 신나게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았을 때 배를 탕탕 두드리며 짓는 미소가

    동생 못지않게 사랑스럽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이 나고 가끔은 도망가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흔히들 얘기하는 어미의 사랑과 희생(그 고결함!)이라는 것이

    이런 짜증과 인내가 모두 포함된 의미라는 것,

    하지만 키우는 수고로움을 일순간에 지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게 

    내 새끼라는 것 역시 깨달은지 이제 겨우 3년째다.

     

     

     

     

    요새 볼 때마다 울컥하는 이야기.

    배우자를 잃은 사람, 부모를 잃은 아이를 지칭하는 단어는 있지만

    자식잃은 부모를 지칭하는 단어는 없다는 것.

    그 참담함에는 감히 어떠한 단어도 붙일 수 없나보다는 것.

     

    부모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그 마음을 어찌 다 알겠냐마는...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라는 문장을 기사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거대한 벽면을 빼곡히 메운 영정들과

    그 사진 속 하나하나, 툭 치면 재잘재잘거릴 것 같은 아이들의 뽀얀 얼굴을 보며

    기가 막히고 현기증이 났다.

     

    너희와 너희의 부모를 잊지 않고

    너희의 죽음을 방기한 나의 죄 또한 절대 잊지 않으마.

     

    정말 미안하다. 이런 어른들이라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