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알/일상
미역국
소알
2015. 3. 5. 21:44
남편이 미역국을 먹어야 낫는 병에 걸려서 연속으로 끓여대는 중이다.
냄비를 달구고 참기름을 떨구고 불린미역을 넣으니 기름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때 생각나는 질문.
중2때 과학선생님이 열에너지 위치에너지를 가르치면서
"이건 좀 어려운 문제인데, 왜 끓는 기름에 물을 떨어트리면 기름이 튈까?"
당시 선생님은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젊은 여성이었는데
성격이 털털한데다 바지만 입고 다녀서 당시 나의 워너비였다.
그래서 과학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저 질문의 답은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답을 노트에 적게 한 뒤 쓱 보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애의 노트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씩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기분이 좀 더러웠다.
가르쳐주지도 않은, 수준에 맞지도 않는 문제를 내놓고
단지 누가 과학고에 갈만한 아이인가를 알아보고 싶었던거지.
(실제로 그 아이는 과학고에 갔다)
그리고 알 필요 없다며 답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직도 난 끓는 기름에 물이 떨어지면 왜 기름이 튀어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요리를 할 때면 문득문득 그 일이 생각나서,
과학고 간 그 아이의 노트에 적혀있던 답이 자꾸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