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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소알
2014. 8. 25. 21:16
어느 다큐멘터리에선가 삼엽충을 본 적이 있다.
한창 번성할 때의 삼엽충은 생물책에서 봤던 그대로였는데
멸종 직전의 삼엽충은 성게처럼 온몸에 가시가 뾰족뾰족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그렇게 진화한 것이겠지.
이 여름, 내가 그 진화된 공격력의 삼엽충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큰 아이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불과 3개월 전 동네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말을 참 예쁘게 하네요'라는 칭찬을 들었던 나의 큰 아이가
친척들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게 겁날 정도로 신경질적인 말투를 구사한다.
역시 부모는 말보다 행동으로 아이에게 본이 되는 것.
많이 자책하다 결국 남편에게 부탁했다.
늦게 출근하는 날이나 쉬는 날에는
내게 한 시간의 자유를 달라고.
어제의 한 시간에 나는 나가서 감자탕을 먹었고
오늘의 한 시간에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었다.
아이 둘을 보면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분명 남편은 더 힘이 들겠지만 어쩌겠어.
마누라랑 애가 하루종일 둘이 신경질만 내는데 -_-
아마도 일주일에 평균 네 시간 정도, 난 꿀맛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맘 잡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