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1일 1반찬 만들기를 원칙으로 하는 내가
요새 아들내미가 하도 안 먹어서
오늘 요리를 무려 세 번이나 했는데
두 개는 다섯 숟가락이나 먹었을까.
나머지 하나는 쓱 보더니 "안묵-"하며 내려갔다.
(이걸 그냥!!!!!)
조만간 강추위가 찾아오니까 외출을 할 겸 친정에 가는데
엄마에게 "애가 졸려보여서 버스를 타고 푹 재우며 갈거에요" 했더니
"졸려하면 택시를 타고 빨리 와서 재우지 그러니" 하셨는데
순간 그럴까 하다가 차비도 그렇고 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이 시간에 이 골목을 잘 다니지도 않는 택시가 오늘따라 왜 그리 많던지
그 유혹을 뿌리치느라 혼났다.
예상을 뛰어넘고 ㅜㅜ
버스탄지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잠든 아이를 2인석에 눕혀놓고 가는데
아이의 한쪽 다리는 쭉 뻗었는데
한 쪽 다리는 팔받침대?에 걸려 구부러진 거다.
그냥 둬도 괜찮을텐데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결국 받침대 사이로 조심스레 발을 집어넣었더니 그제사 쭉 펴짐.
버스에서 내리려고 잠든 애를 조심스레 안는데 발이 덜컥 걸렸다.
다행히도 잘 빠졌고 애도 깨지 않아서 안은 채로 엘리베이터에 도착
거울을 보니 애 신발이 한 쪽 없는거다ㅜㅜ
자는 줄 알았던 애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있고 -_-
일단 친정에 애를 집어넣고 온 길을 되짚어 갔는데 없어. ㅜㅜ
그제사 알았다. 버스 팔걸이에 걸려 빠졌다는 것을.
걍 택시탈걸 걍 구부리고 자게 냅둘걸 괜히 마음에 걸리더라니.
그래도 버스종점이 머지않고 아무 쓸모없는 애기 신발 한 짝이니까
이때까진 찾을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산콜센터를 통해 버스회사 분실물센터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했는데
클래식 음악과 함께 나오는 '친절한 버스가 되도록 노력하는~ 어쩌고'
가 무색하리만치 불친절한 아저씨의 목소리.
몇 시에 어디서 내렸는지만 대충 묻고 들어오면 연락주겠다며 끊어버렸다.
서너시간 기다리다 "아까 분실물 신고했는데-" 하며 전화했더니
"애 신발 안 들어왔어요" 하며 끊어버림 ㅜㅜ
해당 버스기사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기사가 갖다주는 물건 받기만 하나봐.
친정아빠와 집 앞 마트에 가서 애 신발을 하나 사고 장난감도 고르는데
저번에 왔을 땐 듀플로의 종류가 제법 많아 고민했건만
그것들이 싹 사라져있었다. 설 용품에 밀렸나.
고민고민 하다가 5세 이상을 권장하는 덤프트럭을 하나 샀는데
내가 조립해서 주면 잘 갖고놀지 않을까 했건만
겨우겨우 조립해서 줬더니 애가 손만 대면 부서져 ㅜㅜ
좋아는 하는데 계속 부서져...
하루종일 그거 고쳐주는데 짜증이 ㅡㅡ^
애는 버스안에서 그 20분을 잤다고 자지를 않고
난 잠도 못 잔 채 여기저기 신경쓰고 돌아다니고 트럭 고치느라 점점 지쳐갔다.
이렇게 된 거 집에 일찍 가서 재워야지!하고 저녁에 일찍 나와 택시를 탔더니
택시는 엄청 막히고 애는 사십분 가량 숙면을 취하다
집에 도착하니 깼다. 매우 상쾌한 얼굴로.....
오늘 하루...........
아 정말 욕 나옴. 엉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