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알 2013. 2. 3. 00:49



아들내미는 세상에 나온 뒤 이틀간 신생아실에 있었고
퇴원하는 날 처음 데리고 병실로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가 만원이었다.
처음 안겨보는 엄마품이 불편했는지 엘리베이터가 갑갑했는지
아들내미는 응애응애 울기 시작했는데
내 바로 뒤에 있던 한 미친 할머니가 애에게 웃으며 그랬다.
"야 너 죽을래?"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경황도 없고 내려야 하고
그래서 그냥 아무 소리도 못하고 내렸는데
정말 평생을 두고 가장 후회하는 일이 됐다.
"이 할망구가 노망이 났나 어디서 막말이래?"
정도는 해줬어야 했는데.

그 건물은 이름도 모자센터였는데
자기도 갓난쟁이 보러 온 사람이었을텐데
어떻게 갓 태어난 아기더러 그딴 소릴 할 수 있는지.
여튼 그날밤 조리원에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세상의 별 미친 년놈들로부터 이 아일 온전히 지키려면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강해져야 한다고.
내 눈앞에선 한치의 만행도 허용하지 않겠노라고.




남편과 아들내미가 단 둘이 차 타고 멀리 나간 건 오늘이 거의 처음이었는데
(반년 전쯤에도 시도는 있었으나 결국 내가 불려나갔음)
경찰박물관에 가서 신나게 놀다왔단다. 엄마도 안 찾았단다.
난 세 시간가량 침대에 누워서 책을 봤다 캬캬캬
근데 남편이 돌아와서 툴툴대더군.
어느 애가 그렇게
울 아들내미가 경찰차에만 올라타면 쫓아와서 떼를 쓰더라고.
근데 그 엄마라는 여자가 심드렁하게
"동생한테 비켜달라고 하렴." 이랬다나.
양보심 돋는 아들내미는 세 번이나 양보했다고...-_-^

어미는 양보심이란 게 거의 없는 사람인데다 양보를 가르친 적도 없는데
넌 뭘 보고 배운거니 아들아.
동네 친구랑 장난감 갖고 투닥거릴 때
"너도 친구집 가면 친구 장난감 갖고 노니까 친구도 우리집에서 갖고 놀게 해줘야지"
뭐 일케 말한 적은 있지만서도.

나나 남편이나 상대방에게 나쁜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그런 깡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내가 진중권씨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에게 막말하는 자에게 막말을 되돌려주는 당당함..도 있다.
옛날엔 '난 그런 놈과 똑같은 사람이 아냐'라고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이젠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네.
학부형이 되면 점점 막강한 상대와 만나게 된다고....



다 덤벼 우씨 다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