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
요사이 부쩍 내가 '진짜 아줌마'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봄부터 요리도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저번 주부터는 출산 이후 처음으로 빨래를 삶았다.
불을 써야 하는 요리와 빨래삶기는
언제 깨서 울지 모르는 아들내미때문에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거의 깨지 않고 자니까..
매일 아침, 아들 밥은 뭘 해줘야 하나 걱정하기 시작했는데
이 걱정을 앞으로 이십년은 하겠구나 생각하니 까마득하고.
아들내미가 슬슬 밥도 거부하고 편식을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니 남기는 밥은 내가 먹어...
아이가 깨있을 때 남편과 밥을 같이 먹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그러다보니 남편이 남기는 반찬도 내가 먹어...
아무도 안 먹어서 상해가는 반찬이 있으면 그것도 내가 먹어..
가끔 내 입이 쓰레기통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식구들과 절대 밥을 같이 안 먹는 엄마생각이 나면서,
아. 내가 본격적으로 아줌마의 길을 걷기 시작했구나 깨달았다.
우리집엔 마루에 전신거울이 있을 뿐이고, 체중계도 고장나서 내 몸 상태를 자각할 수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체중을 쟀던 작년 여름쯤, 임신 전보다 1~2kg 정도 불어있었는데
지금도 뭐 그냥 그 정도려니 생각했는데.
며칠 전 친정에 갔다가 언니 방에서 옷을 갈아입다 내 누드를 보고 식겁했다 -_-
어제, 아이낳고 처음 고모부를 뵈었는데, "살 많이 쪘네"라고 하셔서 또 움찔..
다이어트가 필요해.. 몸매가 이상해 ㅜㅜ
아이와 함께 일어나서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자고, 낮에는 간단한 집안일만 짬짬이 하다가
아이를 재우면 8시 반쯤 되고 남편은 보통 11시반쯤 들어오니까
이 세 시간이 온전한 나의 시간인데
이 시간에 매일 하는 일은 저녁식사, 집 치우기, 빨래, 설거지, 목욕.
옵션으로 요리, 다림질, 빨래삶기, 화장실청소 같은 걸 하다보면 사실 하루 한 시간 놀기도 힘들던데..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이 생활을 견딜까 궁금했는데.. 그냥 안 놀면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뭐. 애가 좀 더 크면 내 시간이 더 생기겠지 라고 위로를 하면서
오늘은 여태 미뤄두었던 베란다정리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