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알/일상

2009년

소알 2009. 12. 31. 01:32

당최 아무 느낌 없는 연말이다.
2009년이라...  멀티집중이 안 되는 나답게, 한 해동안 기억나는 일은 단 한 가지. 결혼뿐이다.
그 한 가지에 만족도가 높아서 다행이긴한데 덜렁 하나밖에 없어서 좀 허전하긴 하다.

정초부터 슬슬 결혼얘기를 양가에 꺼내고,
나무공방에 다니면서 가구를 설렁설렁 만들고.
5월쯤 식장 예약한 뒤 상견례하고.
슬금슬금 준비도 하고 걱정도 하면서 대학원 마지막 한 학기를 다녔고.
두 달정도 알바를 했는데, 그게 예상보다 훨씬 의미있고 즐거웠고.
9월말부터 본격적인 결혼준비에 돌입.
한복, 예물, 허니문, 예단, 스드메, 혼수 등등을 준비했는데
본격적인 혼수 준비와 동시에 결혼식이 초읽기로 다가온 11월부터는 완전폐인...
피부 상할까 화장도 못하고, 넘어질까 힐도 못 신고, 사고날까 앞뒤좌우를 꼭꼭 둘러보고 움직이는 살얼음판.
식 치르고 여행다녀온 뒤엔 네버앤딩 집정리.

여기서 약간의 감상같은 걸 말하자면
음. 난 결혼과정이 꽤 즐겁고 좋은 편이었다.
태클없이 몽땅 내맘대로 했기 때문에...??;;
뭐 소소한 트러블 -엄마의 잔소리, 아빠 질문의 무한반복, 가끔 치솟는 나와 오빠의 짜증 등등-이야 있었지만
어떻게 그것마저 없겠어.

결혼식날 아침엔 피곤하고 속 안 좋고 완전 짜증스러웠는데
메이크업이 정말 너무 엄청 맘에 들어서 모든 불쾌함이 없어지고 기분이 날아다녔다.
주변사람들(드레스 핼퍼나, 도우미친구들 등등)도 모두 칭찬해주고 기분을 잘 맞춰줘서
좀 심하게 up되는 바람에 긴장은 커녕 부모님께 인사할 때도 방긋방긋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는. -_-;;

그에 비해 신혼여행중엔 좀 멍때렸던 것 같고.

돌아와서는 끝나지않는 집정리에 치이며 아직도 잔 물건들 사재기 중이다.
정말 사야할 항목들이 끝없이 나온다. 심지어 빨래삶는 솥같은 것도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 집에서 꼼짝않고 온라인쇼핑만 하다보니 5일동안 집 밖을 안 나가는 사태도 발생.
버려도 버려도 끝없는 저 택배박스들... 아아

고로 2009년은 내게 의미가 있는 한 해겠지만
본인은 한 해가 가는 것을 실감하기는 커녕,
한 해가 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요.
어쨌든, 안녀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