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알/구례

근황

소알 2022. 10. 11. 10:35

 

9월 한 달 간은 안 좋은 일이 많았다. 주로 골머리를 썩은 일은 사촌언니와의 분쟁이었는데, 돈 문제였다. 소송으로 갈 수도 있는 사안이라 변호사와도 여러 번 만나 자문을 받아야 했고 나와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진 친정언니를 어르고 달래며 제안서니 답변서니 하는 것들을 써야 했다. 몇 번의 서신이 오간 끝에 결국 만나서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속을 부단히도 썩였다.

구례 학부모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겼는데, 하필 내가 그 가운데에 끼어버리는 바람에 내내 골치가 아팠다. 낌새가 안 좋은 일엔 일단 발부터 빼고 보는 갈등회피주의자인 나는 이런 일엔 영 익숙치가 않다.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중재도 아닌 어중간한 역할로 중간에서 부대끼느라 좀 우울했는데 그 일도 일주일 전 쯤 여차저차 해결이 났다.  

 사촌언니와의 일을 매듭짓자마자 위인지 장인지 탈이 나서 근 일주일간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낮에는 괜찮았으나 밤만 되면 묵직하게 배가 아파서 이상하다 싶었다. 결국 사흘째 새벽엔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애들 학교 보내고 병원에 가고자 아침까지 참아보려 했으나 결국 새벽 6시에 혼자 차를 몰고 읍내 응급실로 갔다. 배를 꾹꾹 눌러본 의사는 장염같다며 진경제와 진통제 성분의 링거를 놔줬다. 그 링거를 다 맞고도 통증이 그대로여서 다른 진통제를 하나 더 맞았다. 비척비척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길래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하곤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잤다. 애들이 돌아올 무렵부터 저녁까지 좀 움직이긴 했지만 그 날은 거의 내내 잤던 것 같다. 다음 날은 전 날보다 조금 낫고 그 다음 날은 그 전 날보다 조금 더 낫더니 오늘에서야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된 것 같다.

어쩜 이렇게 갑자기 추워졌을까. 돌아갈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