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남쪽이라 그런지 낮 온도가 서울보다 높은 느낌이 든다. 건물이 없으니 그늘도 적고 쨍한 햇볕이 그대로 내리꽂힌다. 아직은 습도도 높아서 땀순이인 나는 다른 엄마들이 보기에 애처로울 정도로 육수를 뿜어대고 있다. 왕지네는 이 집 저 집에서 계속 출몰하고 있고, 저번엔 밤에 그리마가 내 종아리를 타고 넘은 적도 있어서 모기장을 안 칠 수가 없다. (집모기는 거의 없다... 산모기만 있을 뿐) 복층방이 너무 더워 밤까지 이렇게 덥다면 여름을 여기서 못 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원래는 복층방에서 잠을 잤으나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오고야 말았다. 몇 주 전 구례에 잠깐 들르신 시부모님께서, 아래층 남향창으로 새벽에 바람이 잘 든다고 하셨다. 복층은 에어컨 없인 잠을 청할 수도 없는데다 새벽에 창문을 아무리 활짝 열어도 건물이 깊어서 바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모기장과 이불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게 너무 싫어서 어떻게든 복층에서 버텨보려 했으나 결국 3주 전쯤 이불과 짐꾸러미를 들고 계단을 낑낑 오르내리며 공간을 바꿨다.
하지만 이불 개키는 수고를 마다않으니 아래층에서 밤을 나는 게 매우 쾌적한 일이 되었다. 남향 창에서는 밤새 바람이 솔솔 불어와 새벽엔 춥기까지 하다. 이곳 출신인 엄마가 말해주시길, 여긴 아스팔트가 적고 녹지가 많아 밤에 열이 빨리 식어서 열대야가 없다고 하셨다. 아직 7월말 8월초의 극더위를 겪지 못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여름방학 동안 굳이 서울에 안 올라가도 되겠다 싶다.
이 곳 생활이 서울생활보다 외부 활동량이 확실히 많은지 5~6월엔 잠을 아주 잘 잤는데 요샌 덥다 춥다 하다보니 잠을 설치는 날이 잦다. 지난 밤엔 이틀간의 부족량을 한꺼번에 털 정도로 잘 자고 났더니 산들산들 바람부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