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29 친구들의 방문
나의 오랜 이웃인 달리기 메이트와 5층 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구례에 방문하기로 했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잡아놓은 스케줄이라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다. 아무리 봐도 이곳에서 잠을 자기는 불편해 보여 숙소를 따로 예약해주었다. 같이 사는 언니가 일전에 손님을 치렀는데 지리산정원 수목가옥이 가깝기도 하고 새 집이라 깨끗하다며 추천해주셨다. 친구들은 차를 가져오지 않는데 여기서 차로 5분거리라 내가 드나들기도 편하고, 산 속인데다 근처에 잘 만든 놀이터도 있어서 어른들이 쉬고 아이들이 놀기 좋을 것 같았다. 이 근처는 펜션 말고는 마땅한 숙소가 없는데, 이곳은 군민할인도 되어서 가성비가 아주 높았다.
금요일 내내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기 좋은 곳을 물색했다. 늦게 들어오게 될 것 같아 미리 체크인을 해뒀는데, 담당 관리자님께 근처 계곡에 대해 들은 게 아주 큰 소득이었다. 여유있게 나가 장을 본 뒤, 저녁 7시 15분경 구례구역에 도착한 방문객들을 차에 싣고 왔다. 바로 저녁 준비 시작.
엄마들이 저녁을 차리는 동안 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으며 즐겁게 놀았다. 문제는 고양이였는데, 마당에서 바베큐를 했을 땐 어슬렁거리기만 하더니 불고기 냄새가 취향에 맞았나보다. 고양이가 테이블 근처를 계속 배회하는 바람에 숙소 아이들도 같이 테이블을 맴돌았고 우리는 대화를 해나가기 힘들었다. 평소엔 쫓으면 멀리 도망을 가는데 이번엔 계속 테이블 밑이나 구석으로 숨기만 하더라는... 불고기 좋아하는구나 너.... 다른 엄마들이 애들을 집으로 데려가 주시는 바람에 평정을 찾고 대화를 이어가다가 11시가 다 된 시각에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아이들 골프 수업을 마친 뒤에 친구들의 숙소를 찾았다. 전 날 밤 잠자리에 늦게 들었으니 당연히 늦잠도 푹 자고 산책이나 했으려니 했건만, 잠자리가 바뀐 어린이들이 새벽 6시 반에 일어나는 바람에 엄마들이 아침부터 놀이터에서 놀아제꼈다는... 일단 모시고 나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 든 뒤 계곡에 갔다.
이곳이 체크인하면서 들었던 계곡이다. 현재 밝혀진 중에서는 우리 숙소에서 가장 가깝다. 가물어 물이 말라 있진 않은지 전 날 사전체크를 했었다. 물이 맑고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데, 물이 차다....
아이들이 두 시부터 다섯 시까지 거의 세 시간을 놀았다. 이제 돌아가 저녁 먹자며 달래서 돌아왔다. 숯을 피우는 김에 숙소 식구들도 다같이 밥을 먹었다. 같이 고기를 굽고, 테이블만 따로 앉아서. 먹고 놀다가 10시 안 돼서 데려다줬더니 그 날은 잘들 주무셨다고.
다음 날 아침, 11시 체크아웃이라 10시 반쯤 데리러 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다고 했고, 우리도 마땅히 할 게 없었으므로 다시 놀이터에 갔다. 5층언니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서 이틀간 재채기하고 코 푸느라 고생이 많았다.
1시쯤 점심을 먹으러 읍으로 나갔고, 식사를 한 뒤엔 기차 시간이 한 시간쯤 남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려 근처 놀이터에서 또! 놀게 했다. 그쯤되니 아이들이 지쳐서 놀지 못할 지경이 되더라...
기차를 타자마자 다들 딥슬립한 채로 서울까지 갔다고 한다. 나는 그들을 기차역에 내려주고 다시 어제 갔던 계곡으로 향했다. 숙소 식구들이 단체로 거기에 가 있는데 차남도 가고 싶다고 하셔서. 난 지쳤지만 애가 놀겠다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전적으로 아이들 즐거운 코스로 달렸는데 어른들 관광지도 따로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아쉬움이 남긴 했다. 다들 즐거우셨으리라 믿고, 서울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