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알/구례

5.23 지리산 작은 고리봉-만복대

소알 2022. 5. 26. 13:03

 

산행에 가는 멤버가 대략 정해져 있어서 숙소의 이름을 따 '안길 산악회'라고 명명하여 지리산 봉우리를 하나씩 공략중이다. 하지만 지리산은 너무 크고 우린 초보 산악인이다보니 지도를 보며 쉬워 보이는 코스를 짚어 간다. 이번에도 만만한 성삼재에서 출발하되 노고단 반대 방향으로 가보았다.

성삼재-작은 고리봉-만복대를 찍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지리산 서북능선'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도상 편도 거리 5km 소요시간 두 시간 반이어서 이 정도면 바래봉이랑 비슷하다 싶어 만만히 생각하고 갔건만.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였으나 산이니 시원하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착오.
산이니까 마실 물은 어딘가에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착오.

나무가 빽빽하여 두 명 이상은 지날 수 없는 좁은 길이었다. 일렬종대로 걸어야했고 나뭇가지에 제법 몸이 스쳤다. 토시를 가져올까 하다가 두고 온 게 후회가 됐다. 산속이라 시원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매우 더웠던 날이라 체력소모가 생각보다 심했다. 물을 공급할 수 있을 줄 알고 500밀리만 가져왔는데, 하산할 때까지 전혀 마실 물이 없었다. 탐방지도를 찬찬히 살펴봤더니 거기에 水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이걸 미리 봤어야 했는데... 

 

시작점인 성삼재. 그때부터 죽 이런 좁은 길이 이어진다

 

하산할 때까지 청주에서 오신 산악회 한 팀과, 개인적으로 오신 할아버지 한 분, 아주머니 한 분 밖에 못 봤다. 알고보니 아주 마이너한 코스... 그러니까 길이 이렇게 좁은 것인가.
고리봉이 두 곳인데 우리가 지난 곳은 작은 고리봉이고 만복대를 지나면 큰 고리봉이 또 있다. 고리봉까지는 2.2km인데 45분만에 도착하였다.

 

새가 멋있게 찍혔어..

 

왼쪽 구멍이 성삼재 휴게소, 오른쪽 평평한 곳은 시암재 휴게소

 

오른쪽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만복대. 너무 멀어보여서 진짜 저기일 줄은 몰랐다.

 

만복대까지는 3.2km, 한 시간 반 예정이다. 우린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지점인 묘봉치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라 좀 화가 났다. 올라갈건데 왜 내려가!!!

 

 

물이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과 배고픔에 지쳐 90년대 댄스음악을 틀고 열심히 걸었다. 곰과 뱀을 만나도 하나도 안 이상할 것 같은 야생적인 숲길이었다.

 

저 너머는 남원이라고

 

저번처럼 각자 준비해온 재료를 취합하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는데, 덥고 갈증이 나서 일부러 적게 먹었다. 몽골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처럼 산꼭대기에 날벌레도 많이 붙고... 식사를 하고 휘여휘여 하산을 하는데, 평평하고 널찍한 곳이 나올 때마다 고리봉인가!!! 외쳤다. 물을 아껴마셨고 흘린 땀이 많아 화장실을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각하며 버텼다. 성삼재 휴게소에 가면 꼭 아아를 마실테야!!

겨우겨우 하산하여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을 땐 불면증이 염려되어 아이스티를 주문했는데, 생각해보니 홍차에 카페인이 더 많잖아 ㅠㅠ 집에 와서 찬물에 발도 담그고 열심히 마사지도 해줬지만 밤잠을 잘 땐 돌아누울 때마다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산하면서 앞으로 한동안은 더울테니 산행은 가을까지 멈추자는 얘기를 나눴지만 막상 하루가 지나자 다음 주엔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산악회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