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어린이날
아들들에게 어린이 날 선물을 묻자 만능필통과 간식거리를 대답했다. 요새는 주변의 다른 아이들을 봐도 대부분 풍족하고 언제든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니까 뭔가를 애타게 갈구하거나 특별한 날을 빌미삼아 얻어내려는 태도가 딱히 없어 보인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선물들이 다행히 전 날 저녁까지 잘 도착해서 어린이날 아침에 꺼내줬다.
구례읍내 서시천 체육공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한다길래 시간 맞춰 갔다. 주차장이 넓은 곳인데 주차가 살짝 빡셀만큼의 인파가 모였지만 공간이 워낙 넓은데다 야외라 번잡스럽지 않았다. 공연과 체험 부스들이 다양하고 무료체험도 많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즐거웠다. 아들들은 부스를 다니며 내키는 체험을 하다가 나눠주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먹고, 아나바다 장터에선 말랑이와 인형을 사고, 슈퍼부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사먹기도 했다. 할 게 없다 싶으면 옆에 있는 바닥 분수와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내키는대로 시간을 보냈다. 두 아들이 한참동안 줄을 서서 뽑기를 했는데, 4등이 허다한 뽑기 중에서 큰 아이가 2등을 뽑아(상품은 달고나 만들기 세트) 나름 계 탄 기분이었다.
그래도 역시 두 시간을 넘게 땡볕에서 놀고나니 지쳐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워낙 더웠던지라 아이들에게 비빔면을 해먹이고, 뒷마당에 자그마하게 물을 받아 물총놀이를 시켰다. 한참 놀다가 작은 아들은 마술쇼를 열기도.
아이들은 어린이날이니까 늦게까지 놀겠다며 거의 11시까지 집 안팎을 돌아다니며 놀았다. 연휴를 맞아 펜션을 떠나 서울로 올라간 집도 있었지만 대부분 서울의 가족들이 펜션으로 놀러온 집들이 많았다. 우리는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되었기에 가족이 없는 집과 번갈아 놀며 연휴를 보냈다.